동탄으로 이사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집을 내놓은 지 반년이 지나도 매매 문의 한 통 없었습니다. 서울 입성은커녕 안산 신도시로 눈을 돌렸다가 그마저도 계획을 접어야 했죠. 그러던 중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5주 연속 하락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만 이상하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위안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매매수급지수 5주 연속 하락, 숫자가 말하는 것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MMI)는 지난달 넷째 주 기준 111.3을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여기서 매매수급지수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비율을 수치화한 지표로,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매수 수요가 매도 수요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100 아래로 내려가면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진 상태를 의미하죠.
8월 넷째 주 113.9를 정점으로 5주 연속 내려왔다는 점은 심상치 않습니다. 지수 자체는 아직 100을 웃돌고 있으니 서울 전체로는 매수세가 우세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지금 사도 되겠다"는 생각보다 "방향이 바뀌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더 먼저 받았습니다. 추세는 한 번 꺾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물론 이 지수만으로 시장 전체를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권역별 편차가 크고, 같은 서울 안에서도 실거래 온도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동남권은 이미 매도 우위, 강남·서초·송파·용산의 현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를 묶는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99.1로, 2주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습니다. 7월 첫째 주 107.2에서 12주 연속 하락한 결과입니다. 수치가 100 아래라는 건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로, 고가 시장에서 먼저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올랐는데, 용산구는 오히려 0.01% 하락 전환했습니다. 강남·서초·송파에 용산까지 더해져 서울 내 가격 하락 지역이 4곳으로 늘어났죠. 이른바 '한강벨트'라 불리던 지역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반면 동북권(118.6), 서북권(113.4), 서남권(113.0), 도심권(105.8)은 여전히 기준선을 훌쩍 넘겼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정작 제가 노리던 가격대 지역은 아직 매수 수요가 넘치는데, 제가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으니까요.
- 동남권 매매수급지수: 99.1 (2주 연속 100 미만, 매도 우위)
- 용산구 아파트값: 0.01% 하락 전환 (전주 0.02% 대비)
- 동북권·서북권·서남권·도심권은 여전히 기준선 100 상회
- 서울 내 가격 하락 지역: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4곳
대출규제가 바꿔놓은 매수 심리, 15억 원의 벽
매수 심리를 억누르는 데 금리 인상만큼이나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입니다. LTV란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로, 쉽게 말해 "집값의 몇 퍼센트까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느냐"를 정해놓은 기준입니다.
현재 수도권 규제지역 기준으로 주택 가격이 15억 원 이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15억 원을 단 1원이라도 넘어 25억 원 이하가 되면 대출 한도가 4억 원으로 뚝 떨어집니다. 2억 원의 차이가 생기는 거죠. 15억 원 안팎에 있던 단지들이 시세 상승으로 기준선을 넘어서면서 실수요자들의 체감 부담은 급격히 커졌습니다.
제가 서울 입성을 포기하고 안산 신도시로 눈을 돌렸던 이유도 결국 이 대출 한도 문제였습니다. 동탄 집을 팔아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에 대출을 최대로 합쳐도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거의 없었습니다. 금리 인상이야 글로벌 경제 상황이 맞물려 정부도 손을 쓰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출 한도 설계는 정책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중산층의 집, 사는 것인가 사는 곳인가
중산층이 누구냐는 질문을 저도 요즘 자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정기적으로 저축할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이 있는 계층을 중산층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기 예금도 하고, 보험도 들고, 간간이 소액 투자도 해왔는데, 부동산 앞에서는 그게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중산층은 더 열심히 일하고, 부자는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도록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공식을 집에 대입하면, 자산 형성의 핵심 수단인 부동산에서 중산층은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중산층이라 생각했는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빈곤층에 가까운 선택지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팔지도 못하고 사지도 못하는 이 상황을 두고, "정책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건지 내가 힘들어서 정책을 탓하는 건지" 이제는 구분이 안 됩니다. 다만 제가 내린 결론은, 집을 단순히 투자 자산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자산 포트폴리오(asset portfolio), 즉 금융 자산과 실물 자산의 배분을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떨어지면 집값도 바로 내려가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사려는 심리와 팔려는 심리의 비율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에 가깝습니다. 지수가 하락한다고 해서 바로 실거래가가 떨어지는 건 아니고,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12주 연속 하락한 동남권처럼 하락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거래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Q.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아예 안 되나요?
A. 아예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수도권 규제지역 기준으로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4억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15억 원 이하일 때의 6억 원 한도와 비교하면 2억 원이 줄어드는 구조라, 가격이 기준선을 막 넘은 단지를 매수하려는 분들에게는 실질적인 부담이 크게 늘어납니다.
Q. 동탄이나 수원에서 서울로 갈아타기가 지금도 어려운가요?
A.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집값 차이 문제만은 아닙니다. 기존 집의 매도 타이밍, 대출 한도, 서울 내 원하는 지역의 시세가 동시에 맞아야 하는데,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뭅니다. 저처럼 매도 문의가 오지 않아 발이 묶이는 상황도 적지 않아서, 갈아타기를 고민하고 있다면 매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금리 인상이 매수심리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A. 기준금리(base rate)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로, 이것이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올라 매월 내야 하는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같은 금액을 빌려도 실질 부담이 늘어나니 매수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죠. 금리 인상이 글로벌 요인과 맞물려 단기 통제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여파가 실수요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결론
매매수급지수 하락, 대출 규제, 금리 인상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선뜻 움직이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동탄에서 반년 넘게 매도 문의를 기다렸고, 서울 진입 계획을 수정하고 안산으로 눈을 돌렸다가 그마저도 멈춰 선 경험을 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시장에서 실수요자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은 자신의 자금 구조를 먼저 점검하는 것입니다. 매매수급지수와 권역별 흐름을 꾸준히 확인하고, 15억 원 기준의 LTV 절벽 같은 대출 구조도 미리 파악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집이 투자 수단인지 삶의 터전인지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후자 쪽으로 생각을 조금 더 기울여가고 있습니다.